제 7 호 대한축구협회, 이제 팬들이 '레드카드'를 들어야 할 때
대한축구협회, 이제 팬들이 '레드카드'를 들어야 할 때 남영욱 수습기자 [1] 침착맨의 사과방송 모습, 사진출처: 중앙일보 “그냥 홍명보 감독이 싫은 거 아니야?“ 최근 큰 비판을 받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유튜버 ‘침착맨’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고, 이에 침착맨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한 후 사태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방송을 진행하였다. 그는 “잘 모르는 입장에서 실언을 했다.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나는 이 과정을 보며 축구를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은 침착맨과 같은 생각을, 그러니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하여 자꾸만 옆에서 화를 낸다면 피로감이 느껴지고, 해당 주제를 회피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회피해도 괜찮은 문제가 아니다. 가볍게라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를 즐기고 있다면,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점점 강해지고 제2의 박지성 손흥민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길 바란다면 이는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분노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 처럼 전반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이 분노하고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축구협회의 논란이 되는 행보 중 상당 부분을 덜어내고 핵심만을 간추려 축구를 가볍게 즐기는 팬들이 이 사태를 알기 편하도록 요약해 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 축구 팬들이 그토록 축구협회를 미워하고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서 출발하여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의 문제점까지의 흐름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월드컵이 끝난 후 귀국한 선수단의 모습. 저조한 성적으로 비판 받은 2014년에는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 구석에 서있고, 우수한 성적으로 여론이 좋았던 2022년 월드컵에서는 감독 벤투와 주장 손흥민 사이에서 ‘센터’를 차지하고 선 모습이다. 또한 입국 게이트를 통과할 때도 2014년엔 제일 뒤에서, 2018년에는 제일 먼저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출처:kbs 사실 현재의 축구협회와 그 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비판받는 지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작게는 아시안 컵 실패에 대한 선수 탓, 기부금 부풀리기 등등의 행보부터 크게는 승부 조작 축구인 기습 사면까지. 사실 글로 다 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가장 큰 이슈인 감독 선임 관련 이슈만을 다루겠다. 2018년 7월, 제73대 감독 선임위원회 결성 제37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선임 위원회가 열린 직후에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선임 절차 시작에 앞서 명확하게 기준을 내세웠다. 1. 월드컵 예선 통과 또는 대륙 컵/세계적 리그 우승을 지도한 감독 2. 새로운 한국 축구의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 2번의 ‘한국 축구의 철학’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크게 1. 능동적인 축구 2. 볼 소유 3. 전진성 있는 축구 4. 패스 축구 라는 4가지 기준을 밝혔다. ‘능동적인 축구’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하는 전진 패스 (중략)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매우 적극적인 전방 압박' 등등의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대중들이 그 기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감독 선발 절차 시작 전 기준을 투명하게 밝힌 후에 기준에 부합하는 감독들 내에서 후보를 좁혀서 벤투 감독을 선임했고, 벤투라는 감독을 모든 사람이 선호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절차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투명한 절차에 의해 선발된 벤투 감독은 다들 아는 것처럼 결국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결과만이 아니라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앞선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손흥민, 김민재의 부상과 같은 여러 악재가 있었음에도 경기력과 결과 양면에서 성과를 거둬 "앞으로 4년간 인내하고 잘 지원하면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감독이라고 확신했다"라는 김판곤 위원장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2023년 1월, 제74대 감독 선임위원회 결성 "기준에 앞서 인간적인 부분을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강한 성격이 좋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과 인연이 많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선수들을 동기부여할 수 있는 리더다" "축구는 전술만 있는 게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에 강점을 보인다" 클린스만의 선임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발표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이유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이 횡설수설하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한 스포츠조선의 박찬준 기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줄 색깔에 대한 질문에 본인의 축구 철학을 늘어놓는 등 선임 과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기자회견이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선임 이전부터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을 선임 기준으로 내세워두고 그 기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던 터라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과정과 이유에 대해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기자회견에서조차 애매한 말로 얼버무리며 클린스만호는 출발했다. 2024년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결국 불안 속에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에서 유효슈팅 0개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마침표를 찍게 된다. 아시안컵 내내 충격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클린스만호는 선임 기준으로 내세웠던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 그 어떤 조건도 명확하게 충족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웠다. 특히 ‘팀워크’ 면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 모두 큰 충격을 받았던 ‘탁구 게이트’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거지며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두고 “본인은 훌륭했는데 선수들이 싸워서 진 것이다.”라는 변명을 댔고 정몽규 회장은 본인의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이를 두둔하며 “나는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는 평을 남겼다. 다섯 가지의 기준이 선임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렇게 불투명한 절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자리가 비냐고 농담을 했는데 실제로 정몽규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라는 비화를 공개했다. 결국 클린스만 독단 선임 문제로 종로경찰서가 조사를 하게 될 정도로 선임 절차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2024년 2월, 임시 감독 체제 클린스만호의 실패로 인해 협회는 긴 시간을 숙고하여 제대로 된 감독을 새로 뽑기 위하여 임시 감독 체제로 돌입하게 되고, 황선홍 감독을 그 첫 번째 감독 대행으로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이미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맡고 있었고, 파리 올림픽 예선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에 많은 축구 팬이 스케줄 상의 우려를 표했으나 대한민국은 40년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왔기에 과한 우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2024 파리 올림픽, 충격적인 40년만의 예선 탈락 올림픽 예선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배하여 탈락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피파 랭킹은 23위, 인도네시아는 134위다. 전력상 한참 약세인 상대에게 졸전 끝에 패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굳이 이미 감독직을 맡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감독으로 선임한 협회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충격 속에서 황선홍 감독은 감독 대행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아직도 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는 지지부진하였기에 한 번의 임시감독 체제를 더 거치게 된다. 그러나 제시 마치, 바그너 등의 이미 검증된 명장들이 한국 축구의 장단점, 발전 방향, 훈련시설, 나아가 한국의 유망주 선수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석을 하는 등 감독직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호재가 전해지며 팬들은 참고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 7월 7일, 드디어 협회가 내정한 감독을 발표하게 된다. 홍명보 감독 선임 발표 [3]이임생 기술 위원장,사진 출처: kbs “홍명보 감독님이 보여주신 플레이스타일을 보면 빌드업시 라볼피아나 형태와 비대칭 백스리 형태를 가져간다.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프로그레션에 의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태킹 서드에서 라인 브레이킹과 상대에 맞춘 카운터 어택과 크로스를 통한 공격, 측면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이 있었다” 7월 7일 오후 2시경,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를 차기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이임생 기술 위원장은 선임 근거를 밝히는 브리핑을 진행하였는데, 위 발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벤투 감독 선임 당시의 김판곤 위원장처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 지나치게 현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앞서 한국 감독직에 열의를 보였던 바그너와 포옛은 자신들이 감독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통보받기는커녕 한마디 언질도 없이 홍명보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이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불쾌감을 드러냈고, 한국은 앞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지울 수 없는 외교 참사의 기억으로 이번 사태를 기억하게 되었다. 심지어 홍명보 감독은 이미 울산 현대의 감독으로 있었고 이에 떠나지 않는다며 구단과 팬들을 안심시키고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자신이 한 말을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번복하고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임생 위원장은 면접에 열의를 보이며 pt를 진행한 다른 감독들을 두고 지원조차 하지 않은 홍명보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찾아가 부탁을 한 끝에 동의를 받아내었다. 이에 면접 절차를 생략했다는 비판을 받자 “홍명보 감독은 이미 우리가 잘 아는 감독이니 면접 같은 절차가 필요 없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결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제75대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었다. 협회가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계속해서 독단적으로 감독을 선임하려고 하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본인 측근을 선수단에 심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묘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등의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에게 무려 30억의 연봉까지 지급하기로 계약한 상황이라(해외 유명 감독이 제안한 액수와 같은 액수) 더더욱 그 의중은 오리무중이다. 현재 이러한 초유의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 파문’을 놓고 대한축구협회를 감사하기로 한 상태이므로 조사 결과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다. 축구팬들이 분노하는 이유 [4]지난 태국전에서 정몽규 회장을 비판하는 깃발을 든 시민의 모습, 축구협회 측의 무력 제지로 손에 부상을 입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한갓 홍명보 감독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독단적인 감독 선임으로 이미 뼈저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는 협회가 또다시 절차를 무시한 기준 없는 독단적인 선임을 한 것에 대한 분노가 큰 것이다. [5]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축구협회 고위 임원이 보낸 조롱 메일, 사진 출처: 조선일보 여기에 더해 축구 팬들의 항의와 비판의 목소리에 협회는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다양한 방식으로 무시하고 탄압하며 심지어는 조롱하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독단은 축구 팬들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축구를 병들게 하는 행위이다. 이미 정말 많은 타격을 받은 대한민국 축구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정말 가볍게 축구를 즐기는 축구 팬일지라도 공감하고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 만이 우리가 사랑하고 즐기는 대한민국 축구를 보호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문헌] 채혜선, "홍명보가 그냥 싫은 거잖아"…침착맨 발언에 축구팬 발칵, 중앙일보, 2024.07.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3662 박찬준, '누구와, 어떻게, 왜' 속터지는 클린스만 선임 최악의 기자회견, 궁금증만 증폭시겼다, 스포츠조선, 2023.03.01 https://www.chosun.com/sports/football/2023/03/01/DVIHNFTTMDK3ECKE46XF5TSSOY/ 정지훈, KFA, 새 사령탑에 파울루 벤투 선임...2022년 월드컵까지+신태용과 작별, 인터풋볼, 2018.08.17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13/0000070585 장민석, 정몽규 "클린스만 잔여 연봉 문제가 생기면 재정적 기여 고민", 조선일보, 2024.02.16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2/16/3FUBP7N5FJHVROXDOQAGCMZ5R4/ 스포츠머그, 수사까지 착수한 선임 과정…말이 갈린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두 절친'의 기억, SBS, 2024.02.20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132467 김진주, 클린스만 "농담했는데 정몽규 회장에게 전화 와"... 감독 부임 비화 공개, 한국일보, 2024.02.19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1914280002046?did=NA 이준희, 홍 감독 ‘면접 생략’ 인정한 이임생 이사 “면접 대신 부탁…내정은 있을 수 없어”, KBS, 2024.07.10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056/0011758666 박수주, '정몽규 아웃' 깃발로 몸싸움…"아르바이트생 돌발행동", 연합뉴스, 2024.03.22 https://www.yna.co.kr/view/MYH20240322019200641 김명일, 축구협회 고위 인사, 비판기사 쓴 기자에 ‘조롱 메일’ 보냈다, 조선일보, 2027.07.25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7/25/XG4SYZLETRCFXHLM3R64CGJ7IY/ [1] 사진 출처: 채혜선, "홍명보가 그냥 싫은 거잖아"…침착맨 발언에 축구팬 발칵, 중앙일보, 2024.07.16 [2] 사진출처: 최상철, ‘엿 세례’와 ‘달걀 투척’ 잊어라...'16강' 벤투호는 ‘박수 세례’, kbs, 2022.12.07 [3] 사진 출처: 이준희, 홍 감독 ‘면접 생략’ 인정한 이임생 이사 “면접 대신 부탁…내정은 있을 수 없어”, KBS, 2024.07.10 [4] 사진 출처: 박수주, '정몽규 아웃' 깃발로 몸싸움…"아르바이트생 돌발행동", 연합뉴스, 2024.03.22 [5] 사진 출처: 김명일, 축구협회 고위 인사, 비판기사 쓴 기자에 ‘조롱 메일’ 보냈다, 조선일보, 2027.07.25
제 6 호 밥? 빵? 면?
정기자 김나현 202210152@sangmyung.kr 현대인들의 가장 큰 행복, 하루 중 제일 신중한 순간. 그것은 아마 ‘점심메뉴 정하기’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식사는 단순 에너지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소중한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나 역시, 이에 무조건 동의한다. 매일 3교시 수업이 시작할 때 즈음부터 오늘 점심 메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시작되고, 이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한다. 상상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아 그래서 오늘 뭐 먹지?!”가 되어 버리지만, 매일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상상이더라도 지루한 하루를 살아가는 내게 아주 소중하고 신중한 순간이란 이야기이다. 그만큼 그날의 메뉴는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전반적인 기분 상태와 연결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 하나!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소중한 한 끼’의 메뉴를 선택하는가? 가장 가까운 식당?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아니면, 전에 맛있게 먹었던 메뉴? 혹시 음식의 ‘종류’가 되진 않았는지. “밥, 빵, 면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뭐야?” 나는 가까운 사람들과 음식 취향에 대한 소소한 논쟁을 즐기는 편이다. 이를테면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찍어 먹느냐, 부어 먹느냐에 관한 이야기나, 시리얼을 먹을 때 시리얼의 바삭함과 촉촉함 중에 어떤 식감을 더 선호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하다못해 콜라 브랜드 선호도를 따져보면서 주식과 곁들여 먹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은 음식 취향 중에서도, ‘밥과 빵과 면 중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화두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밥·빵·면은 일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탄수화물이기도 하고, 각각 특색 있는 맛과 형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에게 밥과 빵과 면은, 먼저 밥. 윤기나는 쌀밥은 역시 무슨 반찬이든 잘 어울리기 마련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밥 없이 살 수는 없다’는 말 하나로 밥의 매력을 보여준다. 밥 한 공기와 갖가지 맛스러운 반찬이 함께라면, 어떤 것보다도 확실한 든든함과 따듯함을 느낄 수 있지. 볶음밥이나 리조또처럼 다양한 조리법도 있고 말이다. 잡곡을 넣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맛과 건강을 모두 갖춘 것이다. 여기에 빵도 질 수는 없다. 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빵이 밥이 될 수 있나?’ 싶겠지만… 가장 기본인 샌드위치부터 베이글에 다양한 크림치즈를 발라 먹을 수도, 치아바타에 수프를 곁들여 꽉 찬 한 끼 식사를 할 수도 있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식사 메뉴로 담백한 빵을, 후식 메뉴로 달콤한 빵을 먹으며 다양하게 즐길 수도 있고 말이다. 바삭하거나, 촉촉하거나, 말랑하거나! 다양한 식감과 형태로 간편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빵만의 매력은 어디에 내놔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진 면은 특히 마니아 층이 많은듯하다. 면의 익힘 정도에 따라 꼬들꼬들한 면, 퍼진 면, 적절히 익은 면을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나, 볶음 혹은 국물 등 종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면이 가진 매력을 확 끌어올린다. 밥보다는 좀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지만 빵은 너무 가볍게 느껴질 때, 취향대로 고른 면으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것도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야! 밥 vs 빵 vs 면. 그것이 문제로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밥 vs 빵 vs 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A는 세 개의 선택지를 듣고 망설임 없이 밥을 골랐다. 식사 메뉴로 밥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빵과 면은 채울 수 없는 밥만의 든든함이 좋다는 거였다. 밥으로 한 끼 식사를 꾸리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차고 잘 꺼지지 않아서 식사 후 만족감이 오래 유지된다고 했다. 밥을 선택한 또 다른 친구 B는 씹을수록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쌀의 매력과, 어떤 반찬과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평소 빵을 워낙 좋아하는 친구, C는 식감에 따른 빵의 매력을 강하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였다. 폭신폭신하거나, 쫄깃하거나. 종류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식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빠르게 먹을 수 있어 간편하면서도 밥에 뒤지지 않는 든든함을 준다는 것도 그녀가 빵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빵을 사랑하는 필자는, 그녀의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민 끝에 면을 선택한 D는 요즘같이 추운 날, 뜨끈한 국물과 함께 면을 후루룩 마시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며 면을 골랐다. 면은 매번 빠른 속도로 먹게 되지만, 급하게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함께였다. 이상의 가벼운 물음으로 나의 느낌만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밥, 빵, 면에 대한 감상을 들어볼 수 있었지만, 그래서 밥과 빵과 면 중에서 가장 최고의 탄수화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인터뷰를 통해서도 ‘역시 정답은 없다’는 말이 더욱 확실해졌을 뿐, 여전히 끝나지 않을 매일매일의 흥미로운 논제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날 나의 기분과 상태, 음식에 대한 개인의 선호와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식사 시간이 어느 정도 주어졌는지에 따라서도 선택의 경우의 수는 많아지고, 그만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식사시간 직전, 오늘의 탄수화물을 고르는 찰나의 순간이 더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추천 메뉴는요 - ! 밥은, 어른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날의 식사 메뉴로 추천해요. 고요한 저녁식사나 특별한 날의 식사에 어울리며, 다양한 반찬과 함께 즐기면 풍부한 맛을 느낄 수도 있죠! 특히 밥만이 가진 풍부한 영양소를 생각하면,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밥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빵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간편한 아침식사로 즐기는 게 제격이지요. 바삭한 빵 한 조각은 바쁜 아침에 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며, 여기에 버터나 잼을 함께 곁들이면 쉽고 맛있는 아침을 즐길 수 있다는 거죠. 베이컨이나 치즈를 매일 다르게 추가하며 조합하면, 간편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잖아요. 바쁜 일상에서 급한 식사를 할 때는, 면을 선택해 보세요! 대체로 신속하고 쉬운 요리가 가능해 식당의 회전율이 높기도 하고, 무겁지 않아 소화가 빨리 되며, 에너지도 빠르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니까요. 혹시라도 오늘의 ‘밥 vs 빵 vs 면’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오늘은 든든하고 맛있는 솥밥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코로나19 이후, 즐거운 건강관리를 추구하며 현재까지도 주목받는 ‘헬시플레저’ 열풍에 맞춰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은 솥밥을 추천해 봅니다. 그 위에 올라갈 토핑은 취향대로 선택해 보세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스테이크도 좋고 보양을 위한 장어도 좋지요. 구운 연어나 전복, 버섯도요. “오늘 식사는 밥과 빵, 면 중 어떤 것으로 즐겨볼까, 무슨 음식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이, 매일매일의 행복한 고민으로 단조로운 일상을 즐기면 좋겠습니다! 1. 서울경제, 안경진 기자, “주말에 솥밥 먹어볼까” 한의사는 이렇게 먹는다[헬시타임], https://www.sedaily.com/NewsView/2D48WQWEQF
제 6 호 실시간 검색어가 뭐길래?
정기자 김나현 202210152@sangmyung.kr ‘실시간 검색어’, 폐지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포털사이트 1, 2위를 다투던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의 메인 화면에는 실시간의 이슈나 속보를 포털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어’ 기능이 있었다. 어렸을 때의 나는 이 기능을 통해 연예인의 음원 발매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 타 지역의 재난 상황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그 시간에 가장 뜨거운 이슈를 어떤 기능보다도 빠르게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애용했다는 기록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다음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순차적인 폐지를 결정했다. 2020년 2월 카카오의 발표를 시작으로, 2021년 2월에는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기능까지 말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이후, 크고 작은 유사 서비스가 등장했다 사라졌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애용하던 사람들도 초반에는 유사한 서비스를 찾다가 점점 자연스레 ‘실시간 검색어 없는 세상’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네이버의 새로운 서비스 ‘트렌드 토픽’이 시범 출시된 것. ‘트렌드 토픽’의 출시와 폐지 ‘트렌드 토픽’이란, 네이버 전체 사용자들이 좋아한 주제와 문서를 바탕으로 트렌드 토픽을 추천해 주는 네이버의 새로운 서비스로서, 시범적으로 출시됐다.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을 공개하며 “알고리즘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라고 밝혔으나, 일부에서는 트렌드 토픽 기능을 두고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네이버의 서비스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 ‘2021년 폐지된 실시간 검색어의 기능과의 유사성’ 때문이었다. 서비스 공개 이후 지난해 8월, ‘트렌드 토픽’을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서비스가 과거 존재했던 ‘실시간 검색어’의 대체재 혹은 부활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에 휩싸였다. 이에 네이버 측은 트렌드 토픽 서비스의 종료와 함께 유사한 서비스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필자는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되던 시기의 상황과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상기해보았다. 2021년[ik5] ,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했던 실시간 검색어가 왜 사라지게 됐을까?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어째서’?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 폐지 이유를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혁명의 영향으로 어디든지 정보가 파다한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도 실시간 검색어 기능에 기대어 제공하는 정보만 받아보고 있다는 것이 세계 트렌드 변화와 맞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네이버의 표면적인 입장은 그러했으나, 실시간 검색어가 부추겼던 사회적 피해들을 부정할 수 있을까? 대중의 능동적인 정보 접근을 유도하게 된 이유에는 추가적인 사유가 있다고 추측된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는 사람들의 검색 빈도 순으로 오르게 된다. 포털 메인 화면에 뜰 만큼 검색어의 순위가 오르면 자연스레 해당 키워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실시간 검색어는 자연재해, 범죄 등의 위급한 사안을 대중에게 알리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지만, 화두에 오르는 대상이 ‘사람’이 된다면? 이목 집중의 대상이 특정 인물로 바뀌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인물은 불필요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게 된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한창 중요했던 그때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정치인 혹은 유명인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중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대중은 한두 마디씩 거들었으니, 실시간 검색어 기능은 거대한 사이버 불링의 통로를 만들어준 셈이었다. 2019년 10월,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 유명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기어코 당시 사회의 현주소를 실감하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는 여론조작에 취약하다는 위험도 가지고 있었다. 포털 이용자들의 검색량 증가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원리를 정치적·상업적 집단에서 악용하며 발생한 선동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지지자의 ‘조국 힘내세요’와 반대측의 ‘조국 사퇴하세요’가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던 사건처럼, 여론 조작은 특히 정치권에서 크게 불거졌고 실시간 검색어의 신뢰도가 중요해지는 동시에 위태로워졌다. 네이버는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대형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타 플랫폼 보다 훨씬 실시간 검색어의 파급력 컸기에 더욱 문제가 되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없었다는 것 역시 문제였다. 실시간 검색어의 역기능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규제 방안을 선 긋듯이 나눌 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구체적인 규제방법이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창 실시간 검색어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쟁이 확대됐던 2019년에는, 포털 기업들의 투명한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것이 현 상황에 가장 유효한 대응방식이 될 것이라는 심우민 입법학센터장(경인교대 교수)의 설명이 있기도 했다. 실시간 검색어는 공적 성격을 부여하기 힘든 개개인의 의사표현 영역에 더 가까우므로 입법규제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없어진 이유와 효과가 실재와 부합했는가? 상기 이유들로 나타난 사회적 파장의 결과, 실시간 검색어는 폐지 수순으로 이어졌다.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는 실시간 검색어가 불러오는 문제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렇게 없어진 것이다. 첨부1 [1] (실시간 검색어 폐지 이후 일어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먹통'현상이 일어났을 당시의 반응)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되고 한달이 지났을 때는, “사회 이슈 모르겠다”는 대중의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었다. 전처럼 가장 이슈가 되는 정보를 습득하기도 어렵고, 사회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ik14] 키워드도 알기 힘들어졌으며, 각종 사건을 알리는 기능의 서비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된 현재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선택해 보는 구독 형식으로, 또는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인의 편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실시간 검색어 폐지가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살폈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악용, 연예인을 이용한 이슈몰이 등의 문제가 줄어들며 인터넷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줄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대중은 실시간 검색어의 변화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삶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실시간 검색어의 폐지가 온전한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실시간 검색어를 받아들이는 최고의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차선책인 폐지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묘사한 실시간 검색어는 – 드라마가 전달하는 사회적 메시지와 나의 견해 주제를 정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혹여나 이 글이 특정 관점에 편향되어 보일까 싶어 이곳저곳의 자료들을 참고하던 중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줄거리가 이번 기사의 주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클립 몇 개를 찾아보곤 했다. 드라마에서는 포털 사이트의 의도적인 실시간 검색어 조작, 장악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연예인, 무분별한 찌라시 유포, 조작을 위한 정경유착 등 대형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크고 작은 이유들을 다뤘다. 드라마 클립 영상을 몇 개 보면서 배워가는 게 꽤 있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과거의 사생활이 밝혀져 원치 않는 실시간 검색어 장악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연예인을 다룬 부분이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하지만, 드라마 속 인물을 통해 해당 상황을 바라보니 그다지 옳은 말 같진 않았다.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던 개인의 사생활이, ‘실시간 검색어’의 전파력으로 전 국민에게 퍼졌을 때, ‘대중의 알 권리’와 ‘당사자의 잊힐 권리[ik15] ’ 중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머릿속에서 모호한 우선순위를 따지다가 그만 두고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알 권리’와 ‘잊힐 권리’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대한 호기심도 가져봤다. 실제로 그 균형이 정말 지켜질 수 있는 지도 궁금했지만, 아무튼 그 사이 실시간 검색어의 존재가 비난의 화살을 조준하는 역할이 되었음은 확신한다. 이야기가 조금 멀리 간 거 같아 서둘러 마무리를 지어보자면, 실시간 검색어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아주 쉽고 빠른 서비스라는 점에서 다수에게 도움이 되었으나, 실시간 검색어의 순기능이 주는 장점 그 이상으로 사회에 주는 파장과 위해가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어떤 것이 다수에게 이익을 불러온다고 하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며, 이 같은 이유로 실시간 검색어 존재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다. 학기를 마치고 숨 돌릴 틈이 생기면 해당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부분부분 클립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보고 다시 ‘실시간 검색어 폐지’를 돌아본다면 생각하는 게 달라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참고자료] 1. 파이낸셜뉴스, 윤홍집 기자, 실시간 검색어 폐지 한달…"없으니까 불편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https://www.fnnews.com/news/202103301259579126 2. 아주경제, 정명섭 기자, “네이버·다음 포털 실시간 검색어, 입법규제보다 자율규제가 현실적”, https://www.ajunews.com/view/20191025150521354
제 6 호 오래된 기억
정기자 송지민 202110353@sangmyung.kr 안녕하세요, 지민이에요.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정말 너무나도 재미없고 덧없으며 저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마치 심연에라도 갇힌 듯,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계속해서 들어가는 느낌이요. 그럴 땐 다시 헤엄쳐 올라가고 싶지도, 어떠한 노력도 하기가 싫어요. 싫다기보다는 귀찮달까. 누가 나를 끌어 올려 주기를 원하지도 않아요. 그냥 계속해서 가라앉다 보면 끝이 있겠지, 바닥이 닿아 멈추겠지 생각하면서요.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멍해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어요. 그럼 나는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싫어하게 되고, 무력감에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죠. 그런데 나는 계속 살아가잖아요. 대체 무엇이 나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끌어올리는지 생각해 봤어요. 최근은 아니고 작년 칠월이 지나갈 즈음 그랬던 때가 있었어요.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무기력과 함께 지낼 때요. 그때는 내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 기억이 나요. 어느 날 이른 저녁에 엄마가 나와 내 동생이 어렸을 적 찍었던 사진을 문자로 보내주었어요. 우리 딸들 예쁘네.ㅎㅎ 하고요. 처음에는 뜬금없는 엄마의 문자에 잠깐 웃음이 났어요. 엄마가 보내준 사진은 예쁘기는커녕 개구져 보이기만 한 어린 여자애 둘이었거든요. 엄마는 왜 이런 사진을 예쁘다고 한 건지 웃기기도 하고 마침 할 것도 없어서 동생이랑 같이 옛날 사진들을 찾아봤어요. 아니, 언니만 범퍼카 운전 시켜주고 나는 안 시켜줘서 울고 있잖아. 억울해!!! 근데 너 유모차 안전바는 왜 물어뜯고 있냐? ㅋㅋㅋ. 와, 우리 팔 새까맣게 탄 거 봐. 무슨 아프리카라도 다녀왔나? 언니, 나 왜 넘어졌는데 안 일으켜주고 사진 찍는다고 예쁜 척해? 동생이 넘어졌으면 먼저 일으켜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사진을 봤어요.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커피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언제나처럼 서로의 근황으로 시작하여 그땐 그랬지 하는 이야기들로 이어지는 그런 대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얼굴도장을 찍던 학교 앞 즉석 떡볶이집부터 시작했어요. 야, 기억나지. 거기는 볶음밥이 진짜 짱이었는데. 여름에는 무조건 볶음밥에 후식으로 커피빙수임. 아, 또 먹고 싶다. 우리 졸업 뮤지컬 기억나냐? 다인아 다시 춰 봐. 왜 이러니~ 왜 이러니~ 내 맘 다다다 알잖니~ㅋㅋㅋ. 야... 그만해라... 근데 우리는 어떻게 한 번을 같은 반 안 해주시냐. 선택과목도 다 맞추고 했는데. 아 그거 기억난다. 쉬는 시간마다 매점 앞에서 정모 했던 거ㅋㅋㅋ. 내일도 치즈 그거 아직도 파나... 공구할 사람? 별거 아닌 것 같던 기억들이 별거였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추억들이 대수로웠더라고요.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잠시 흐려졌을 뿐이지, 다시 꺼내보면 맑은 기억들로 저는 매번 괜찮아지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보았던 글인데, 어떤 이는 직장에 다니면서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몇 년 전 유럽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대요. 언젠간 다시 가리라 다짐하면서요. 어쩌면 모든 이들이 그런 소중한 기억들 몇 개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오래된 기억들이 잊히지 않도록 자주 꺼내어주겠어요. 그리고 그런 기억을 만들기 위해 지금을 행복하게 남기어 오래 간직해야겠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저와 같다면 나만의 헤엄을 찾길 바라며,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제 6 호 Dear. J
미상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을 경험했어요.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해보고 그러다 실패하게 되면 자책과 후회도 해보고 다시금 일어나 더 나은 내가 되려 노력해보고 어때요,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생각하시려나요? 우리가 아닌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적당한 거리를 지킨 채 살갑게 지켜봐주는 사람들 내가 무얼 하든 어떤 사람이든 응원해주는 사람들 사랑을 그 자체로 주고 받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들 제가 이렇게 잘 살고 있어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시려나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요. 걱정할 만하게 살고 있지도 않아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 괜찮아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딘가 누군가에게 얽매인 채 있다는 게 갑자기 사라져버린 자유를 갈망하는 게 또,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러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게 결국엔 떠나는 것을 택하고 돌아서는 게 매일 밤 전화했지만 받지 않던 그때가 밉진 않아요. 사랑받으려 애써 노력하는 날 보던 그대 눈빛도 그래요. 혹여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괜찮아요. 다만, 가끔 옛날 생각들이 떠올라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 서글픈 마음과 아직도 그때에 머물러 있는 나를 발견하면 응, 그때 빼고는 저는 다 괜찮아요. 정말로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아마도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 보고싶어요.
제 6 호 먼지 속에서 나의 교지
편집장 이소명 202210058@sangmyung.kr 신문방송국 국장 교수님과 면담을 나누던 중, 특색 없는 교지이기에 문학잡지로 바꾸는 건 어떠냐는 제의를 하셨다. 당장은 어려우니 한두 개씩 문학을 써 보자고. 반발심이 들었다. 갑자기 문학이라니, 거기다 교지가 특색이 없다니. 집에 가면서 그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많은 생각이 오갔다. 문학을 쓴다고 없던 독자가 늘어나겠는가? 그래도 안 해보는 것보단 해보는 게 낫겠지……. 그래서 수필이라는 거창한 듯한 명칭을 빌려 나의 경험과 생각을 끄적여 보려 한다. 따라서 이 글은 명확한 주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상명대의 자하교지의 이야기이며, 그 교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필자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이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그 또한 명확한 이유는 없다. 그저 대학가에서 사라져 가는 무수한 ‘교지’와 그 교지 일원들의 이야기를 훑으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교지의 필요성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지는 한 대학의 역사이고, 청춘들의 이야기니 무조건 존재해야 한다는 강압적인 글은 아니다. 교지가 아니더라도, 학보가 아니더라도 SNS로 대학 내 이야기를 빠르게 접할 수 있어 더 이상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도 좋다. 그 생각에 나 또한 부정할 수만은 없기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교지의 일원이 불안한 마음에 남기는 작은 끄적임이다. 2023년 4월 중순부터 먼지와 함께 교지부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교지부실 이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교지부실과 함께 한 기간은 단지 1년에 불과했는데, 아주 오래된 나만의 장소를 잃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지가 사라져 가는 과정 속에 있는 듯한 오묘한 순간이었다. 2022년 4월 나는 교지편집부의 수습기자가 되었다. 지금에서야 글 쓰는 것을 즐기고 진로도 그쪽으로 결정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글과는 그리고 세상 사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그저 그런 인사대 학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교지 수습기자 모집에 지원한 이유가 있다면 신입생이 된 채 뭐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돈도 좀 되고, 생산성도 있으며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그런 걸 말이다. 편집장이 된 지금 시점에서 교지 생활이 위 세 요건에 충족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주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아주 아니다’ 중 그렇다와 보통이다의 어느 중간 지점일 것이라 대답할 수 있겠다. 정기자가 된 후로는 원고료 이외의 리더십 장학금도 받게 되어 신문방송국 일원이라는 것에 책임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독자들이 우리의 글을 읽고 공감이든 분노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감정을 느꼈다면,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기자를 꿈꾸는 지금 교지를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것이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불어 교지는 즐겁고도 소중했다. 교지를 되돌아보면 그 시기의 우리를 한눈에 되돌아볼 수 있다. 코로나 시기로 우리가 어떤 학교생활을 했고, 어떠한 위기를 겪었으며, 어떠한 고통을 느꼈는지 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지, 전장연의 시위로 아침마다 에브리타임에 불만을 토로하던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하던 ‘천 원의 아침밥’ 행사의 미숙한 점이 뭐였는지,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낭만을 되찾기 시작한 우리 대학가의 모습은 어떤지 글로 현상을 그려낼 수 있다. 유년 시절 작성한 일기장을 성인이 된 후 열어보듯, 교지는 우리의 낡은 일기장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 2022년 9월 나는 교지편집부의 정기자가 되었다. 야심 차게 기획한 두 개의 기사 바로 ‘일본-대만 역사’와 ‘그 당시 뜨거운 감자 검수완박’이었다. 일본과 대만 역사에 대한 기사는 논문과 기사 그리고 역사 방송을 찾아보며 자료 조사에 힘을 썼을 뿐 글을 써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국가의 관계를 기사 작성 직전에 알게 되었기에 내가 너무 무지했던가 고민도 했었지만, ‘저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라던가 ‘대충 들어보긴 했는데 자세히 알게 되니 더 충격적이네요’라는 감상평들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몰래 미소를 띠기도 했다. 골칫덩어리는 ‘검수완박’ 기사였다. 자료 조사가 어려울 건 예측했지만, 결론짓기가 더 어려울 건 예측하지 못했다. 중립성을 가지되 검수완박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개 대학생인 내가 정치인과 법률가의 의견에 반대를 던지는 글을 유연하게 쓰기란 쉽지 않다. 교지인들의 수많은 피드백을 거쳐 그렇게 글을 마무리 지었다. 부끄럽지만서도 가장 공을 들인 애증을 느끼는 글이었다. 하지만 발간 직전 중립성이 부족하며, 정치에 관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최종 발간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그 글은 나의 노트북 파일에만 남아있는 글이 되었다. 다양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언론은 결국 독자를 지켜낼 수 없다. 소수인 대학 언론에서 글의 다양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건 더욱 어렵기에 더욱 중요하다. 정치 기사에서 독립성이란 외줄 타기와 같은 것이다. 2023년 3월 나는 교지편집부의 편집장이 되었다. 편집장이 된 후 맨 처음 한 일은 수습기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겨우 1년 차가 편집장이라니. 내가 원해서 시작했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겨우 1년 된 애가 수습기자 면접을 보다니 그 꼴이 스스로 우스웠다. 짧은 자기소개와 면접 그리고 짧은 기사를 받았다.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문체를 가져, 어떤 분위기의 글을 완성해 낼지가 말이다. 나는 딱딱한 문체에 정보 전달이 주된 내용이고, 정치나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다. 다른 부원은 소소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지나쳐서는 안 되는, 그런 작고 소중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전한다. 이처럼 교지가 균형성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습기자 모집을 마무리 지었다. 그 후, 약 한 달간은 기사 작성을 하지 못했다. 교지부실의 이사 준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교지부실은 학생회관 322호로 3층 가장 끝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넓진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햇볕이 잘 드는 곳이기에 교지와 잘 어울리는 장소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범관에 있던 우체국을 학생회관으로 옮기고, 학생회관 내 신문방송국의 부실들을 이렇게 저렇게 옮기다 보니, 318호를 교지편집부와 영자신문사가 함께 쓰게 되었다. 이전 부실보다는 조금 넓어졌지만, 더 이상 교지부실에서 따스한 햇볕을 즐길 수는 없었다. 318호 옆인 317호에는 우체국이 있는데 그 사이 벽은 가벽이라 조용한 교지부실도 사라졌다. 교지와 영자가 동시에 회의를 진행할 수 없으니, 회의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부실에서 서로 마주치게 된다면 담백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이삿짐을 쌀 때, 아주 오래전 교지의 사진을 보았다. 민주화운동을 취재 나갔을 적, 노동운동을 취재 나갔을 적의 사진은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무대에 올라가 축제를 즐기거나, 단란한 학교생활과 교지생활을 즐기는 사진은 우리의 부모님 또는 그의 부모님의 대학 생활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교지는 뜨겁지 못하다. 미지근한 정도의 온도에 머무르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도 미지근하다. 어떻게 해야 교지가 다시 뜨거워질지, 아니면 미지근한 정도가 시대의 변화라 받아들이며 수긍해야 할지 오래된 먼지 속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이 고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이 고민이 조금은 더 나은 방향성을 내려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2023년 7월은 무더운 하계 방학의 시작이었다. 방학 동안 꼭 마치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다. 바로 ‘2022년 기사’ 종이책 제작이다. 원래 교지는 종이책을 발간하는 언론기관이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종이책을 찾는 학우가 적어지자, 웹진의 형태로 전환되어 더 이상 종이의 교지는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웹진은 종이책보다 접근성이 좋아 교지를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종이 소비를 막을 수도 있는 장점들이 있다. 그런 ‘쉽고 간편함’이라는 웹진의 장점이 나에게 아쉬운 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교지의 험난했던 제작 과정이 너무나도 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글의 소비가 너무 가볍게 발생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촌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고전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 애써 포장하며 종이책 제작을 시작하였다. 우선, 2021년의 기사를 모아 종이책을 만들었던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처음에는 전자책 편집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글의 배치, 폰트, 크기를 조율하였다.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근로하며 시키시는 일이 없을 때는 허구한 날 노트북만 들여다보았다. 기사들의 배치를 마치고는 여는 글을 작성하고, 표지를 제작하여 20권 정도를 주문하였다. 더 이상 학교의 지원이 아닌, 사비로 제작한 것이라 정기자들과 조금씩 돈을 모아 제작하였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해서 종이책을 굳이 만들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한 적도 있다. 그에 대한 결론은 ‘할 수 있는 한, 만들고 싶다’였다. 자하는 1969년 창간호부터 매년 교지를 보관하고 있다. 간간히 보관되지 못 한 년도도 있지만, 거의 매년 교지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사 당시 교지의 짐이 가장 많았다. 이런 역사를 끊고 싶지 않았다. 표지가 찢기거나 색이 변색이 되고, 먼지가 쌓이기도 했지만 상명여자사범대학 시절부터 학우들의 노력이 깃든 책들이다. 그렇게 수많은 교지는 그대로 우리 옆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남는 기록은 장점대로 쉽고 간편하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결국, 종이책은 오랫동안 간직하여 우리의 낡은 일기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책이다. 독자들도 자신만의 낡은 일기장이 있는가? 특별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노력과 추억과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면, 그것은 낡은 일기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낡은 일기장은 교지이고, 나의 교지는 이렇다. p.s. 수많은 대학 교지가 오랫동안 존속되기를 바라며
제 6 호 우리의 참여로 굴러가는 언론, 언론에 참여하시겠습니까?
편집장 이소명 202210058@sangmyung.kr 언론자유의 의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 고3 시절, 수능 사회탐구영역으로 정치와 법을 선택하였다.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 특강에 서술된 개념부터, 문제 선지까지 달달 외웠다. 그때 내 머릿속에 저장된 언론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요소’이었다. 편할 날 없던 언론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은 일본에 의해 언론 탄압을 받았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07년 광무신문지법이 공포됐다. 동 법은 사전검열, 기사내용 제한, 정부의 발행금지권 등을 법령에 담았다. 황실의 존엄모독・국헌문란・안녕질서 방해・풍속괴란(風俗壞亂)에 관한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되고, 이러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경시청 즉 일제가 판단했다. 동 법은 조선에서 발행되는 신문뿐 아니라 해외에서 들여오는 신문에도 적용됐다. 광무신문지법이 시행되고 1919년까지 조선인에게 신문 발행이 허가된 사례는 없었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에도 언론은 편할 날이 없었다. 기사 하나하나가 모두 검열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동아일보 기자들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였다. 중앙정보부는 광고사들에 압박을 넣어 동아일보는 광고란을 백지상태로 발행하기도 하였다. 시민들은 자유 언론을 수호하기 위해 돈을 모아 광고비를 보탰고, 4개월 동안 1만 건의 격려 광고가 동아일보란의 광고란을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 경영진은 투쟁에 앞선 기자들을 해고 처리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강제로 해직된 기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일명 동아투위를 결성하였다. 동아투위 기자들은 1977년부터 1년간 보도되지 않거나 왜곡 보도한 내용을 담아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사건일지>를 발행하였다. 이 일로 동아투위 기자 10명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언론의 자유를 빼앗는 주체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의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가 존재한다. 유명 주간지 소속 기자는 2006년 당시 삼성 부사장의 커지는 위력에 대해 취재했다. 해당 기사는 시사저널 870호에 개재될 예정이었으나, 시사저널 사장이 해당 기사를 870호에서 제외시켰다. 당시 삼성의 부사장과 시사저널의 사장은 친분이 있어 기자에게 해당 기사를 뺄 것을 지시했지만, 편집장을 비롯해 시사저널 기자들은 사장의 지시를 거부했다. 이에 사장은 직접 인쇄소로 나가 해당 기사를 삼성 광고로 대체하였다. 시대가 변함에도 언론 탄압은 지속되어 왔고 그 주체는 다양했다. 탄압 주체는 변했지만, 탄압으로 피해를받는 자가 독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한 숨구멍이 막히고 있다 언론의 자유 보호를 크게 인정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1964)이 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경찰 국장인 설리번이 유명 언론사인 뉴욕타임스가 게재한 허위 사실로 광고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에 미국연방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었어야 한다며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방대법원판결 중 한 대목은 이렇다. “무엇이든 적절한 사용과 어느 정도의 오용을 정확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언론이야말로 이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분야다.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구멍조차 막게 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판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해당 판례는 공인(public figures)의 명예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획기적인 선례로 남아, 아직도 전 세계 언론인은 해당 사건을 회자하고 있다. 설리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2020년에 발생한 채널A 사건과 2023년에 발생한 MBC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두 사건 외에도 유사한 사건은 매년 크고 작게 발생했다. 특히 공익 목적으로 하는 기자들의 취재권과 공직자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권 사이에는 대립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권리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보다 중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래서 보도의 허위 여부, 비방할 목적의 우무, 그리고 공익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고소, 고발, 구속, 형사 처벌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이는 언론뿐만 아니라 공직자 또한 제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공직자를 감시하고 그들의 자질의 검증하는 것은 언론사의 역할이다. 국민을 위해 자신의 맡은 업무를 부끄럼 없이 수행하는 것이 공직자의 역할이다. 언론과 공직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이가 순환하는 구조이다. 한쪽이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순간, 이 순환 구조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언론과 관련하여 관심 가져볼 만한 사안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있다. 방통위는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했다. MBC 사장 선임 과정이 부실했고, 부실 경영을 방치하며,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해임 사유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해임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문화진흥회 김기선 이사도 그 후 같은 이유로 해임되었지만, 또 같은 이유로 해임 처분이 정지되었다. 이렇게 언론은 숨구멍이 막히고 있다. 끊임없는 압박의 결과는 언론의 침묵일지 모른다. 권력에 반박 없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는 언론 탄압의 아픔을 겪은 우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여당 의원 중 한 명은 허위 보도에 대해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라 하였다. 사형 집행이 멈춘 지 20년이 넘은 나라에서 ‘사형’은 쉬이 언급해서는 안 될 단어이다. 과연 허위 보도가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에 해당할까? “우려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훼손” – 뉴요커 지난 9월 30일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사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실렸다. 제목은 ‘우려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훼손’. 2022년 이후의 언론 탄압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1980년대 군사 독재를 연상시킨다”고 하였다. 2022년 미국 국무부 국가별인권보고서[1]는 “정부와 공인들은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이용하여 공론을 제한하고 있으며, 개인과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협하거나 검열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유엔은 직접적으로 한국의 언론탄압에 관해 권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1월 3일 유엔자유권위회[2]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기 심사 결과>에서 정부 고위직이나 선출된 공직자들이 자신을 비판한 언론인을 형사고소하고, 그로 인해 언론인들이 기소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우려하며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하지 말 것을 다시 권고했다. 더불어 형사 처벌이 언론인과 정치적 반대편을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책정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도 대한민국 순위는 하락세를 걷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선조들의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일구어 내, 세계적으로 본보기로 여겨지던 대한민국이 사라져 가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특강에는 ‘언론자유의 의의 -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 부분이 삭제되었다. 그리고 ‘언론이 사유화되거나 스스로 권력화하거나 정치권력과 결탁할 경우 민주주의 실현의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함’[3]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언론으로 과장 뉴스가 증가하고, 자기검열에 걸려 편향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이 늘어나는 현황을 보면 당연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자유의 의의>가 수능특강에서 삭제된 것이 언론의 자유를 잃은 언론계의 실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국민으로서, 독자로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본 글은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당이 어디인지에 따라 위치만 바뀐 채 같은 내용의 논쟁이 계속되는, 그러한 반복의 역사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권력과 언론 그리고 국민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도래할 것이다. 권력은 언론을 사유화할 것이 아니라 당당해야 하고,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비판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파도처럼 흘러가는 물줄기를 단칼에 끊어낼 수는 없더라도, 커다란 바위를 쌓아가며 물줄기를 서서히 막아내야 할 때인 것 같다. 필자가 이 기사를 쓰게 된 연유는 어느 한 현직 기자 분에게 있다. 2023년 1월 겨울에 한 언론 강좌를 수강하였다. 존경해 왔던 기자가 강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러 특종을 날리고, 대통령 비서와 설전까지 벌였던 유명한 기자 분이었다. 단 하나의 특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쳐 집요하게 쫓았는지, 그 노고가 느껴지는 경험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분의 직업은 처음부터 기자는 아니었다. 언론과 관련 없는 회사에서 나름 승승장구하며 살아가다, 회사 앞에서 물대포가 동원되는 시위를 목격했다고 한다. 그때 세상만사에 관심 없이 보내던 자기 자신을 목격하고 그렇게 기자가 되셨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바로 옆에서 물대포가 발사되는 데도 자각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자가 혹시 나 자신이지는 않을까? 매일 정치 뉴스를 올리시던 그 기자 분의 뉴스가 어느 날부터 끊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설된 SNS를 통해 정치부를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분은 짧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뜨겁게 의심하고 반발하는 삶을 거쳤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또는 개인적 견해와 무관하게 우리도 언론의 독자로서, 국가의 국민으로서 생각하고 의심하고 때로는 수용하는 그런 삶을 거쳐야 하지 않겠는가. 독자로서 국민으로서 가진 권리를 태만했을 때 우리도 모르게 그에 대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경각해야 한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의 제목을 빌어 독자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그리고 교지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본 기사는 상명대학교와 무관하며 기사의 내용은 기자 개인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1] 주한미국대사관 및 영사관,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 https://kr.usembassy.gov/ko/032023-2022-country-reports-on-human-rights-practices-ko/ [2] 국가인권위원회, 유엔자유권위원회 제5차 최종견해 이행방안에 관한 토론회, https://www.humanrights.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17&boardNo=7609696&menuLevel=3&menuNo=115 [3] EBS 2023학년도 수능특강 정치와 법 81p [참고문헌] 1. 강준만, [시론] 증오와 혐오를 파는 ‘유튜브 정치’, 시사저널 1791호, 2024.02.03.,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73312 2. 이상원, 헌재가 ‘판단 어렵다’던 가짜뉴스, 방심위는 안다?, 시사 IN, 2023.10.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310 3. 이승선, 방송법 개정안의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주체와 ‘편성위원회’ 규정의 위헌성 검토, 한국방속학회, 한국방송학보, 한국방송학보 제32권 제2호, 2018.03. 4. 최지향, 정치가 언론을 혐오할 때, 시사IN, 2023.10.07.,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241 5. 티브이 칼럼니스트, 언론 보도에 “국가반역, 사형”…독재가 온다, 한겨레, 2023.09.24.,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109797.html 6. 한영학, 광무신문지법과 일본 신문지법의 비교,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학보, 韓國言論學報 제55권 1호, 2011.02. 7. 허지혜, 4월 7일 ‘신문의 날’ 맞아 시사저널 기자 만나다, 경북대신문, 2007.04.12., https://www.knu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6595 8. 역덕이슈오늘 I 34 동아투위와 자유언론실천선언, KBS역사저널 그날, 2019.01.25., https://www.youtube.com/watch?v=XKIRKUIbaPg 9. 윤석열 정부 1년 : 권력 장악, 포퓰리즘 도구로 전락한 언론 - 뉴스타파, 뉴스타파, 2023.5.11., https://www.youtube.com/watch?v=RfGvVWM_aBE&t=462s 10. [뉴스외전 포커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 입장은? (2022.12.06/뉴스외전/MBC), MBCNEWS, 2022.12.06, https://www.youtube.com/watch?v=lQsOivL7Lo4 11. OPEN ARCHIVES, 1970년대 언론탄압, https://archives.kdemo.or.kr/collections/view/10000147
제 6 호 아직도 ‘산리오 키링’ 뽑는 걸 좋아하는 대학생이 있다?
정기자 이선민 202115029@sangmyung.kr 이 기사를 읽는 사람 중 누군가는 특정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산 경험이나 미디어 시청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 같다. 나는 당연히 YES이다. 21세기에 이러한 사회적 풍조를 ‘키덜트’라고 한다. 키덜트 라는 단어, 어딘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키덜트 라는 단어는 ‘KID + ADULT’로 20, 30대의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일컫는 말이다.[1] 네이버에서 ‘키덜트’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2001년 12월 25일에 작성된 『‘어른의 동심’을 잡는다, ‘키덜트 마케팅’ 봇물』이라는 기사가 나온다. 해당 단어가 처음 세상에 빛을 봤을 땐, 긍정적이긴 보단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일명 피터팬 신드롬이라고도 불리면서 어른이 된 현실을 피해 아이였던 과거에 머물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2] 한국에서도 역시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이면 어른답게”라며 나이에 맞는 행동거지와 언행을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회적 풍조가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 현재 키덜트에 대한 인식은 과거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리고 책임감 없이 회피하고 싶어 하는 ‘피터팬 증후군’과는 달리, 사회생활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로 해소하는 능동적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기업에서까지 이들의 기호와 소비성향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상황을 토대로, 이전과는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때의 아이들이 지금은 번듯한 한 명의 직장인이 되었기 때문일 것 같다. ‘ 이 글을 읽는 당신, 키덜트 인가요? ’ 키덜트가 생겨난 배경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해 봤을 때 하나의 키워드로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추억은 매우 신기하다. 오랫동안 잊힌 일이라도 매개체를 보는 순간, 그 순간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스쳐 간다. 그렇게 어른들은 그 순간의 기억으로 과거를 추억하며, 잊힌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그때의 자기 모습을 추억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인형을 아직도 침대 머리맡에 두곤 한다. 모두가 아는 포켓몬스터에 피카츄 인형을. 부모님은 한 번씩 방에 들어오셔서 인형과 관련된 나의 옛 추억을 시작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며 어린 나의 모습과 현재의 간극을 메우려고 하신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시면서, 웃음을 짓고는 하신다. 최근에도 ‘바닐라코’라는 화장품 브랜드와 ‘바비’가 콜라보를 통해 화장품을 출시했다. 매장에서 해당 화장품을 봤을 때, “우와 이거 예전에 나도 있던 인형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1990년대에 여자아이들에게 바비는 동경의 존재이자, 마트에 가면 부모님께 바비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게 하는 존재였다. 이러한 추억의 존재인 바비가 화장품, 패션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일명 ‘바비 코어’라고 한다. 바비 코어로 바비하면 생각나는 분홍색을 필두로 이후 구매 전환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소한, 다양한 요소들로 우리는 추억을 되돌아본다.[3] 또한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경제적 여력이 생긴 성인들은 당시에 구매하지 못했던 고가의 제품이나 한정판과 같은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멋진 어른이 되었다는 만족감과 대견함을 느끼고, 과시 심리 역시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어릴 때는 문방구 앞에 파는 500원짜리 뽑기가 일주일 치 용돈의 절반을 차지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지 못하고 떠난 적도 있다. 하지만 대학생인 나는 꾸준히 알바를 하고 있기에 현재의 나는 달라졌다. 요즘엔 산리오라는 캐릭터의 키링을 모으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무인 문방구 가게에 가서 2~3개씩 한 번에 구매한다. 물론 랜덤이기 때문에 항상 원하는 제품을 뽑을 수는 없지만, 어떠한 모양이 나올지 기대하면 뽑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 이러한 모습에서 일명 어른들의 flex, ‘무해한 소비’가 떠오른다. 어릴 때 사 먹기엔 비쌌던 특정 아이스크림을 그릇에 한가득 담아 먹을 수 있다. 이 모습은 키덜트가 아니더라도, 그 행동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키덜트는 단순히 장난감을 사는 것만 포함되지 않고 어른의 모습으로 어릴 적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과거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행동이 앞서 존재했음에도 왜 21세기인 지금, 키덜트라는 단어가 급부상하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전 세대의 이해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예전엔 성인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것에 대해 유치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공부랑 관련 없는 물건을 구매해서 괜히 공부에 방해만 된다’라는 말, 한 번씩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 나이에 해야 하는 일인 공부, 대학, 취업이라는 과정 속에 적합한 무언가를 구매했어야 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추억이라는 상자에 넣어두고 열어보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했을 것 같다. 이랬던 성인들이 하나둘 부모가 되었고, 자신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자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루어졌기에 이러한 모습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하나쯤 본인의 안식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키덜트인 사람들은 여유가 생기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에 가서 구경하고, 또 소소한 구매를 통해 자신의 집에 모아둔 물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 나도 내 서랍 속 키링을 보며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장소로 생각해 보면 나만의 안식처는 할머니 댁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무작정 할머니 댁으로 도망가는데, 언제나 나를 반겨주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진 장소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만족감 및 성취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성인이 되어도 장난감과 같은 컬러링 북(coloring book), 레고, 프라모델 조립과 같은 활동들에 몰두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매하거나 활동을 하는 것은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 물론 가끔은 당장 필요하지 않고 쓸모없는데 굳이 사야 할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 경우에 부모님은 항상 물건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그렇기에 단순히 나의 만족을 채우기 위해 구매한 것에 대해 과연 꼭 필요했던 물건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라고 하신다. 하지만 구매할 때마다 ‘쓸모’를 찾아가는 것은 오히려 키덜트로서 우리가 구매하려는 목적을 저해시킨다고 생각한다. 그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쓸모’를 다한 것이다. 단순한 놀이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자 대화의 창구로 구체화된 키덜트 현상, 지금도 단순히 유치하고 생산성 없는 대상으로 바라봐야 할까? 이제 키털트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는 꽤 큰 규모로 성장했다. 키덜트는 그 시대의 모습을 추억으로 연결하여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인데 아직 침대에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인형을 두고 자는 내가 이상해 보일까? 이 인형을 통해 우리 가족은 한층 대화가 길어지고, 추억에 웃음 짓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를 바라보는 세상은 변하고 있다. 자유롭게 내 추억을 꺼내서 언제나 편하게 위안받는, 그런 세상으로. [1]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19275&cid=40942&categoryId=31630 [2]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77381&cid=58345&categoryId=58345 [3] 양지호 기자, [기획] 패션·뷰티업계, 바비코어 열풍…“핑크의 매력”, , 현대경제신문, 23.07.26 https://www.fi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627 [참고 문헌] 1. 양지호 기자, [기획] 패션·뷰티업계, 바비코어 열풍…“핑크의 매력”, , 현대경제신문, 23.07.26 https://www.fi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627 2.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19275&cid=40942&categoryId=31630 3.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77381&cid=58345&categoryId=58345 4. 박소예 기자, 귀여운 거 아이만 좋아하는 거 아니었네...아기자기 서울 키덜트 명소, 23.11.29, https://www.mk.co.kr/news/culture/10886275 5. 이별님 기자, "어른스러움은 누가 정하나"...키덜트, 3040 사로잡다, 뉴스포스트, 23.11.22, https://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112730 6. 이상훈 기자, 인형 꾸미기에 빠진 키덜트 "이 순간 만큼은 행복합니다", UPI 뉴스, 23.05.04, 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2305040005 7. 이유진 기자,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유통업계 '키덜트' 열풍, 국제신문, 23.02.14,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230214.99099003977 8. [광고]'어른의 동심' 잡는다…'키덜트 마케팅' 봇물, 동아일보, 01.12.2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0105344?sid=101
제 6 호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우리, ‘나’를 위해서
정기자 이선민 202115029@sangmyung.kr 두둥두둥, 내가 탄 지하철이 한강을 지나간다. 1호선 열차 안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타고 있다.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억지로 몸을 끼워 잠시 숨을 고른다. 멍하니 창문 너머의 노을을 바라보자니 마음속 감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여유를 가지고 밖을 쳐다본 게 얼마 만일까. 대중교통을 타면 자연스럽게 손에 들린 작은 또 다른 세상으로 나는 잠수한다. 편도 2시간가량 이어지는 통학 시간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건 따지자면 많기도 하지만, 한정적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언제 어느 역에서 사람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인 것 같다. 언젠가 눈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창밖을 바라보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늘의 변화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밖을 보고 있다니, 내가 매우 여유로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남들이 그 작은 핸드폰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 유튜브로 영상을 보는 사람, 노래를 듣는 사람, 마저 끝내지 못한 업무를 하는 사람, 사색에 잠긴 사람 등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하곤 한다. 문뜩 내가 진정한 여유를 느껴본 적이 언제일지 생각이 들었다. 1) ‘여유(餘裕),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우리에게 왜 여유가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해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여유는 앞으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나아가는 추진제 역할이 아닐까 한다. 예전 나에게 여유란, 금전적-직업적으로 준비가 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괜스레 남들과 비교하고 조급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여유는 사치라고 여겼다. 이처럼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자신의 내면, 마음을 걱정하고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당장 오늘 내일의 일만도 신경 쓰기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여유를 추구하기엔 힘에 부친다. 사실 안다. 바쁜 현대인이 여유를 가지는 건 얼마나 힘들고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인지. 어른들은 그럴수록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일을 하라고 하신다. ‘얼른 앞에 놓인 일을 끝내고 쉬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쉬이 공감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내 생활을 돌아보니,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여유 없이 조급하게 달려온 이 삶에서 나는 항상 피곤하고 짜증이 가득했다. 여유가 부족했을 때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 끝이 좋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구직할 때 왠지 모르게 빨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할 것 같고, 여러 군데 다 찔러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분명히 내게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마음이 급해져서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꼭 아르바이트를 구인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조건에 더 부합하는 일명 ‘찰떡’같은 자리가 생길 때가. 그러면 아쉬움을 머금으면서 ‘내가 왜 좀 더 시간을 두지 않고 마음 급하게 구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곤 한다. 내 마음에 100% 부합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 어떤 경우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 우리도 여유가 필요하다. 우연히 “20~30대 직장선택 기준”이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2023년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827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6%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이 보장되는 기업을 선호한다는 내용이었다.[1] 예전에는 직장선택의 기준이 임금이었다면, 요즘은 워라벨을 추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왜 여유가 부족하게 된 걸까? 이렇게 요즘 세대가 워라벨을 그렇게 중요시하면서도 왜 쉬는 것을 두려워할까 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가장 큰 이유는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여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에겐 ‘여유라는 공백’만큼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잠깐의 쉼을 통해 남들과 크나큰 사회적 성과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느낌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여유는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의 삶에 일종의 쉼표이다. 그래서 여유는 쉼표처럼 우리가 잠시 쉬면서 앞과 뒤의 일을 돌아보고 수정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또한 지친 자기 내면을 돌보면서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성찰하고 돌보면서 조금 못하면 어때? 라는 식의 마음을 가지는 것도 괜찮다. 우리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니까. 다른 누구보다 내가 중요하다. 나를 놓치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어야 고여있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가는 모습을 추구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영감의 산물들이 쏟아져 나올지. 3) 어떻게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여유’라는 것을 즐길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해 버스를 타는 것을 좋아한다. 지하철을 타면 버스를 타는 것만큼 외부 창밖의 모습을 편하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여유가 필요한 날에는 굳이 일찍 출발해 버스를 타고, 창밖의 모습들을 훑으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곤 한다. 또 평소에 읽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일상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나만의 취미를 만드는 방법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나는 머리가 복잡할 때 실내에 있다면,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린다. 물론 그리기만 좋아해서 그렇게 실력이 좋지도 않고, 유튜브 강의를 보며 조금씩 따라 그리는 수준이다. 오일 파스텔에 취미를 붙이게 된 이유는 강의를 보면서 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내가 하는 행동에만 오롯이 집중했더니 근심이나 걱정거리를 잠시나마 잊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머리가 터질 것만큼 복잡해서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무엇인가 성취하고 달성했다는 만족감이 어느 순간 흐릿한 머릿속을 맑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경우엔 집순이라 실내 생활을 즐기지만 혹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다면 당연히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현실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한다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복잡할 때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잠시나마 생활하는 것이 나를 더 관찰하고 의식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여유,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하지만 중요한 건,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해야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다. 길을 가다가 한 편에 피어 있는 작은 들꽃을 보는 시간도, 누워서 따사로운 햇볕을 맡는 고양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유로운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피곤한 하루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피곤하니까 얼른 씻고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허나 그 잠깐의 시간으로 사람들과 하루를 공유하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며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어떤 사람들은 소소하지만 작은 시간들이 모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누군가의 말을 통해 위안받는다.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것 하나로도 웃음이 나고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 자체가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로움’만 즐기라는 것은 아니다. 여유로움은 역시 부지런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햇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열심히 자기 일을 몰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해당 되는 말이다. 여유를 통해 업무와 여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고생했다 내 자신’이라고 말해보라고! [1] 김민지 기자,[그래픽] 20·30대 직장 선택 기준 조사 결과 ,연합뉴스,23.04.10, https://www.yna.co.kr/view/GYH20230410000100044?section=search [참고 문헌] 지속 가능한 취미, 여생을 함께할 최후의 보루, 브라보 마이 라이프, 23.06.01,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4572 김선우 스페셜MC대표, [김선우의 컬러스피치] 현대인은 왜 마음이 아픈 걸까?, 시사캐스트, 23.10.03, http://www.sisacast.kr/news/articleView.html?idxno=45758 장수인 기자, 현대인들의 마음은 힘들다-번아웃 증후군, 전북도민일보, 23.03.14.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7430 김민지 기자,[그래픽] 20·30대 직장 선택 기준 조사 결과 ,연합뉴스,23.04.10, https://www.yna.co.kr/view/GYH20230410000100044?section=search
제 6 호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그리고 나의 결심
정기자 정지은 202210316@sangmyung.kr - 영화<내 어깨 위 고양이, 밥> 中 연말이 되면 꼭 찾는 영화가 하나 있어요. 바로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입니다.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무슨 영화 제목이 이렇게 입에 안 달라붙지? 너무 길어. 재미없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리를 스쳤습니다. 자극적이고, 웅장하고, 화려한 내용의 영화에만 익숙해져 있던 머리라서 그런지 제목만 보고도 이미 잔잔할 것 같은 느낌에 자동으로 거부감이 든 것 같아요. 그러나 2021년의 어느 겨울에, 매년 만나는 케빈과 해리포터에게 무료함을 느껴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를 살펴보다가 당시 집 마당에 들락거리던 치즈 고양이와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있는 영화 포스터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더라고요. 우연히도 추천받았던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었어요. 그때 후로 저는 매년 밥을 찾게 되었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아무런 희망 없이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던 약물 중독자 제임스에게 귀여운 매력의 친화력을 가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고, 그의 인생이 180도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180도 변화라고 한다면 대개는 드라마 속 선했던 주인공이 악당을 만나 불의에 맞서 180도 변하는 것, 혹은 가난하기만 했던 주인공이 부잣집을 만나 이전과는 다른 부유한 인생을 살게 되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러나 제임스에게 찾아온 것은 악당도, 부잣집 자녀도 아닌 그저 작은 고양이였습니다. 제임스는 당시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여건이 너무나도 취약했던 터라,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 제임스에게 어쩌면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처럼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온 거죠. 그렇게 제임스는 부족한 형편으로 고양이를 치료하고, 밥을 주는 데에 전념합니다. 고양이의 외롭지만, 어딘가 줏대 있어 보이는 모습에 제임스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을지도 몰라요. 더불어 친절한 이웃 베티를 만나 고양이에게 ‘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밥과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함께하게 됩니다. 어둡기만 했던 제임스의 인생은 점차 환해지게 되었어요. (이때 밥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저희집 마당에 놀러 오던 고양이의 이름도 밥이 되었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전할게요. 정말 똑같이 생겨 이 영화에 더 애정이 갔을지도 몰라요) 제임스가 혼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그의 근처를 지날 때 5초 정도 귀에 맴도는, 사람들이 도심 속 가게 앞을 지날 때 아주 잠시 귀를 스치고 지나는 한낱 배경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거예요. 제임스가 아무리 거리에서 ‘빅 이슈’ 잡지를 팔며 노래해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를 지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제임스의 어깨 위에 오른 밥의 모습을 보게 돼요. 그러고는 제임스와 밥에게 호의를 표하며 영국 시내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제임스는 이렇게 밥 덕분에 버스킹 공연도 흥하게 될 뿐 아니라, 잡지 판매에서도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아 모든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죠. 그는 거리에서 만난 밥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밥이 아닌 제임스의 삶 그 자체에 주목한 한 출판사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 기회까지 얻게 됩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통해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만을 향하는 제임스와 밥의 모습은 희망과 용기, 사랑의 힘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군가는 ‘희망’은 ‘희망’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개운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잊어버리고 마는 기분 좋은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자신에게 생기는 일들을 하나의 기회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임스는 자기 집에 찾아온 고양이를 못 본 채 내치고,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고,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의 우연의 선택들을 한 것이죠. 이 선택들이 지금의 제임스를 만들어 준 것이고요. 저는 스스로를 믿고 주위에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말이죠. 제임스는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관객들의 호응과 반응이 중요한 사람이죠. 그는 직접 작곡하고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줍니다. 그가 아무리 약물 중독자에, 가난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신과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이 버스킹 장면들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그의 옆을 지긋이 지킨 밥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한둘 늘어나는 것을 장면마다 보여주며, 그가 자신의 삶과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존재에게서 힘을 얻는다는 것은 하나의 소중한 선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의 나를 향한 신뢰와 깊은 애정이 주는 존재는 한 개인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힘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열정'과 '용기'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제임스처럼 지금까지 살면서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난 어떤 노력을 해왔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제임스는 너무나 힘겨운 상황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자신의 잘못됨을 바로잡고,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하죠. 그런 제임스의 모습이 요즘 들어 영양가 없는 고민만 하며, 미래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리숙하게 헤매는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러운 것이나,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그러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열정을 가지고, 앞만 보며 몰두해 보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저에게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볼 용기를 얻게 해 주었죠. 실패하더라도, 훗날 내가 못 해 본 것에 대한 후회하지 않게끔 도전하며 살아야겠다는 용기 말이에요. 이를 기점으로 저도 새해에는 다양한 것들을 많이 경험해 보며, 제임스처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고, 밥처럼 든든한 주변인들과 함께 앞으로 당당히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저에게 큰 용기와 열정을 심어준 것처럼, 이 영화는 마치 희망을 비춰주는 등대 같습니다. 제임스의 상황이 현재 캄캄한 동굴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두움을 극복하는 면과 동시에 영화 전체에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소소한 따스함을 전하면서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가져다줘요. 여러분의 몇 번이고 돌려보는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인생 영화와 그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그 이유를 찾아 이렇게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한번 그 작품을 재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듯해요. 영화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흐르는 강물처럼 끝과 시작이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 날은 슬픔에 허우적대다가, 또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며 이러한 모든 고통과 상처, 괴로운 밤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하죠.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도,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날들도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여려 우연들과 자신의 그 순간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은 내비게이션처럼 누군가가 길을 안내해 주지도, 묻는다고 답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내가 담겨 있는 상황 속에서, 나의 길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충분히 많은 선택을 거쳐왔으니까요. 어두운 새벽이 가고 환하게 해가 뜨듯이 2024년에도 곁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삼아, 한없이 또 발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 문자영, ‘여전히 희망,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 위드인뉴스. 2020.12.16.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69&category=170&item=&no=23664> - 김민지,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외', 경남도민일보, 2021.06.28.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65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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